[김순덕 칼럼] 대한민국 軍畢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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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단잠 잘 수 있게 한
당신들
3·26 사태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style="FONT-SIZE: 12pt; LINE-HEIGHT: 160%; FONT-FAMILY: '굴림'">반성한다. 10년 전 나는
21세기도 정복자의 시대가 되어선 안 된다고 쓴 적이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군 복무 가산점제가 위헌이라고 결정한 직후였다. “여자도 군대에
보내라”는 후폭풍이 일었다. 페미니즘에 빠져 있던 나는 “남자들이 병역비리와 병영생활의 비효율성, 취업난에 대한 화살을 여자한테 돌린다”며
그들의 분노를 ‘자궁 없는 히스테리’로 여겼다.
그러나 천안함과 함께 스러진 수병 46명에 대해 동아일보 기자 27명이 촘촘히
취재해 신문(16일자 3개면)에 기록한 ‘짧지만 아름다웠던 삶’의 얘기들을 읽고 또 읽으며 그때서야 내가 단잠을 잘 수 있었던 이유를 알았다.
입영 신체검사에서 상근예비역으로 선발됐지만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며 자원입대한 김선명 상병, “남자로 태어났다면 육군 말고 해병대 정도는
가야죠”라고 늘 말했던 서대호 하사, 천안함의 통기(군 통신체계 암호담당) 직별장을 맡은 뒤 단 한건의 보안사고도 안 낸 손수민 하사, 침몰
상황에도 비상조명등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정비해둔 최한권 중사…. 그들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었고, 남편이었고, 그리고 진짜 남자였다.
부(富)와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따라 전쟁과 폭력이 사라진다는 이상은 원시시대가 평화로웠다는 환상만큼이나 무모하다. 서기
2000년에서 10년이 흐른 지금도 그리스신화가 읽히는 이유를 미국의 포린폴리시 잡지는 “인간세상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번연히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와 테크놀로지가 감정과 믿음을 누르지는 못한다. 인간의 DNA가 바뀌지 않는 한 전쟁은 경쟁처럼 피하기 힘들다. 전쟁의
승패를 신(神)도 무기도 아닌 사람이 좌우한다는 건 고대그리스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를 지켜준 군필자(軍畢者)에 대해 나는 무지했고
인색했다.
또 반성한다.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긴 휴전상태라는 것을 너무나 오래 잊고 살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군대를
‘썩으러 가는 곳’이라고 했다. 국민은 북핵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다. 과거 정부가 햇볕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친북좌파세력이 우리민족끼리라는
미명으로 펼쳐온 ‘통일 포퓰리즘’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긴 했다. 2년 전 이상희 국방장관은 “군이 강한 군대보다 편한 군대를 선호하고 이를
민주군대인 것처럼 착각한다”고 개탄했다. style="FONT-SIZE: 12pt; LINE-HEIGHT: 160%; FONT-FAMILY: '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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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FONT-SIZE: 12pt; LINE-HEIGHT: 160%; FONT-FAMILY: '굴림'">하지만 그가 그때 다짐했듯
‘오늘밤 당장 전투가 개시돼도 승리할 수 있는 군’으로 개혁됐는지는 믿기 어렵다. 이스라엘처럼 군을 미래인력의 생산기지로 훈련하기는커녕 이 정부
역시 안보의 막중함에 눈을 감고 있었기에 합참 지휘통제반장이 의장과 장관에게 보고하는 걸 ‘깜빡 잊는’, 짝퉁 그리스신화 같은 희비극을 연출한
게 아닌가.
천안함 사건은 우리 5000만 국민이 적화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 군국집단과 대치중임을 제대로 일깨워준
청천벽력이다. 대통령부터 전 국민이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천안함 사태는 언제든 다시 일어난다. 다행히도 우리는 대통령이나 정부가 시원치
않으면 갈아치울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제도를 갖췄다. 그러나 북의 2400만 동포는 내가 다이어트 하느라 깨작거리는 흰 쌀밥을 없어서 못 먹고
있다. 그리하여 진심으로 반성한다. 북한주민을 떠맡게 될 것이 두려워 어떻게든 통일을 떠올리지 않았던 건 너무나 이기적이고 비인간적인
행각이었다. 차라리 죽어야만 벗어날 수 있는 ‘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의 수용소’에 갇힌 그들이 가슴 아파서라도, 통일문제는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설령 비용과 고통이 크다 해도 통일한국의 가치와 이익은 더 클 것이다. 남북관계의 최종 목표는 헌법4조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고 교류와 협력은 이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2000년의 6.15공동선언, 2007년 10.4공동선언은
이 목표에 맞지 않는다.
헌법이 보장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대한민국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안보는 군과 군필자만 맡아야
할 짐이 아니다. 시인 문정희가 ‘이 땅에 태어난 여자들은 누구나 한때 군인을 애인으로 갖는답니다’고 한 것처럼 군이 있어 여자는 자식을 낳아
군인으로 키울 수 있다. 고의로 기피하지 않았다면 병역미필자(未畢者)에게도 군인정신은 있어야 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천안함
사태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까지 예단은 말아야 한다지만 3·26 사태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나라다운 나라다. 국방장관은 국가안보 차원의 중대한
사태라고 했다. 헌법은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선 국민의 자유와 권리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선은 안보태세와 국민의식을
전시(戰時)체제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김정일 정권이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협박을 다신 잠꼬대로도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김순덕 논설위원 href="mailto:yuri@donga.com">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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